
아주,
오래전도,
아주 먼 나라도 아닌,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어딘가에,
' 그로버스 코너스 ' 라는,
(Grover’s Corners)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두 아이가 있었어요.
수줍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년,
' 조지 (George Gibbs) '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소녀,
' 에밀리 (Emily Webb) '

소년과 소녀의 집은,
가까이, 붙어 있었어요.
서로,
2층 자기방에서 창문을 열면,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었죠.
둘이 고등학생 시절,
' 에밀리 ? '
조지가 조용히 부르면,
잠시 후 창문이 스르륵 열리고,
에밀리의 얼굴이, 나타나죠.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 앉은 채,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너 오늘, 시험 잘 봤어? '
' 그럭저럭. 근데 넌 야구 잘하더라. '
그렇게 쌓여가는,
소소한 일상의 대화들이,
조지와 에밀리의 마음속에서,
아주 천천히,
사랑의 싹을, 틔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두 사람은 어느 오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 에밀리...
나 좀... 이상해진 것 같아. '
조지는 고백합니다.
자신이 변했다고.
요즘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싫고,
오직,
에밀리랑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요.
에밀리는,
처음엔 놀랐고,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거죠.

결국,
조지와 에밀리는,
결혼을 합니다.
결혼식 날,
조지는,
겁을 먹고,
도망치고 싶어 했고,
에밀리는,
두려운 마음에,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 우리는 아직, 아이인데... '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그 둘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됐지요.
신혼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에밀리는,
아침이면,
베이컨과 스크램블,
갓 짠 우유와 함께,
잼을 곁들인 토스트를 만들어,
조지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줍니다.
조지는,
든든히 배를 채우고,
에밀리에게 키스를 한 뒤,
말에 올라타,
드넓은,
농장 일을 시작합니다.
저녁이 되면,
집 앞 데크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조지를 기다리고 있던 에밀리가,
벌떡 일어나,
퇴근하는 남편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립니다.
조지는,
에밀리와 포옹을 한 후,
그녀를 들어 한 바퀴 빙그르 돌리고,
사랑의 온기가 가득한,
집으로 들어가,
에밀리와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첫째가, 태어납니다.
또,
일 년, 이 년, 삼 년이,
마치 강물처럼 흐르다가,
둘째를 갖게 되고,
어느 날 저녁,
에밀리는,
출산을, 하려하죠.
조지는,
그 날 아침에,
일을 나가지 않으려 했지만,
에밀리는,
괜찮다고,
그를 농장으로, 떠나보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 둘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출산 중,
에밀리는 세상을 떠났고,
조지는,
소식도 모른 채,
집에 돌아왔던, 것이죠.
며칠 뒤,
에밀리의 장례식이 끝나고,
해질 무렵,
그녀의 무덤에,
한 남자가,
꽃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유령이 된 에밀리는,
그를 지켜봅니다.
그 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소나기 같은,
마음의 눈물이,
그 남자의 가슴속에서,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는,
아주 무겁게,
에밀리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그곳에 머무릅니다.
에밀리가 없는, 세상 속에서.
p.s.
네.
' 우리 읍내 ' 의 작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 쏜튼 와일더 (Thornton Wilder) ' 입니다.
퓰리처상을 3회 수상했고,
극작과 소설 모두에서 인정받은,
매우 드문 작가입니다.
제가 쓴 ' 우리 읍내 ' 줄거리는,
원작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신혼과,
결혼 생활의 이야기를 상상했고,
에밀리가 죽은 후,
죽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와 사건은,
현대적인 감각이 아니기에,
뺐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연극배우 시절 때,
끝내 하지 못했던,
' 우리 읍내 ' 연극에 대한 아쉬움을,
이 블로그 글로,
대신합니다.
전,
에밀리의 무덤 앞에 선,
조지의 뒷모습이,
우리네,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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