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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의, 컬트에 의한, 컬트를 위한 영화, ' 펄프 픽션 '

by 바냐아저씨 2025. 4. 17.

펄프 픽션 포스터

' 펄프 픽션 ' 과 컬트의 탄생

네.

단 한편의 영화가,
시대를 바꿀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때는 1994년,
세상은 아직 ' 포레스트 검프 ' 의
순진한 순례에 감동하고 있었고, 헐리우드는 여전히,
선명한 교훈과 명쾌한 구조에 안도하던 시기였습니다.

바로 그때,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비디오 가게 출신의 괴짜 감독이 내던진 영화 한 편이, 이전의 모든 룰을 뒤엎었죠.

제목은 ' 펄프 픽션 '.
싸구려 잡지에서 따온 듯한 그 이름은,
그 자체로 영화적 선언이었습니다.

싸구려의 탈을 쓴 고급.
불의의 폭력에다가 기막힌 포장을 한 철학.

그 영화는,
단숨에 ‘컬트(cult)’라는 단어에,
현대적 정의를 덧붙였습니다.

' 컬트 영화란 무엇인가? '

‘ 컬트 영화 ’란,
단순히 인기가 많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단어는 애초에 ‘컬트(cult)’,
즉, 특정 신념이나 집단의 열렬한 추종을 뜻하는 종교적 개념에서 유래했죠.

영화에서의 컬트란,
일반적 규범에서 벗어난 독특한 미학이나 구조, 기이한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소수의 강한 지지를 받는 작품을
뜻합니다.

주류에서 보기엔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컬트 영화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만의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하며, 일부는 결국 대중적 클래식이 되기도 합니다.

' 록키 호러 픽쳐 쇼 ',  ' 블레이드 러너 ', 그리고 타란티노의,
' 펄프 픽션 ' 이 그
전형적인 예입니다.

줄거리

네.
펄프 픽션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건 무의미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기승전결이 아닌,
비선형 구조를 따르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얽혀있죠.

하지만 그 파편적인 이야기들 속에는 명확한 중심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 타란티노 스타일 ’, 그 자체죠.

그리하여 작품 줄거리를,
흩어진 퍼즐 조각처럼 읊자면,

빈센트와 쥴스,
두 청부살인업자는 햄버거를 먹으며 철학적 대화를 나누고,

마르셀러스의 아내 미아는,
마약과 댄스, 위기의 순간 속에서 신비롭게 빛나고,

부치라는 권투선수는,
명예와 유산, 폭력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갑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모순되고,
또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타란티노는 그것들을 시간의 편집, 대사의 리듬, 팝 음악의 맥락 속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통합합니다.

총성과 침묵, 농담과 피가 같은 박자로 흐르니까요.

개봉 당시의 충격적 반응

펄프 픽션은,
199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사실부터가 이례적입니다.

비선형 구조에 잔혹한 유머,
장르의 경계를 유희처럼 넘나드는 스타일은,
기존 영화 문법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곧, 찬사가 되었죠.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영화에 대한 영화 (film about films)”

라고 평가하며 별 네 개 만점을 줬고,

미국영화연구소(AFI)는,
“100년간의 영화 대사” 중 하나로 쥴스의 성경 암송 장면을 꼽았습니다.

평단은 이를,

‘ 포스트모던 마스터피스’ 라 부르며,

타란티노를 일약,
90년대 영화 혁명의 아이콘으로 추앙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평이 다 호의적이진 않았죠. 특히 보수적인 관객층과 평론가는,

“폭력을 미화한다”,  “몰상식하다 ”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윤리적 모호성과 스타일적 완성도가,
펄프 픽션을 단순한 영화가 아닌,
하나의 ‘ 현상 ’으로 만들게 된 겁니다.

흥행과 수상

제작비 - 약 800만 달러

전 세계 흥행 수익 - 약 2억 1천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 약 1억 달러


네.
이 정도의 수치는,
당시로서는 ‘ 인디 영화의 대중적 성공 ’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이었습니다.

명색이 예술 영화가 이 정도의 흥행을 올리는 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죠.

그리고,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등 총 7개 부문 후보

각본상 수상 (쿠엔틴 타란티노 & 로저 에이버리)

실로,
대단한 성적이라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시대를 바꾼 DNA, 이후의 영향력

펄프 픽션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영화가,
타란티노의 ‘ 카피본 ’이 되었습니다.

대사는 더 쿨해졌고,

편집은 더 파편화되었으며,

감독들은,
대중문화 인용을 서슴지 않게 되었죠.

이 영화는 단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90년대 이후,
독립 영화의 미학과,
할리우드의 상업성이 어떻게 교차할 수 있는지를 매우 충격적으로 보여준,


컬트 기념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