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강원도,
어느 깊고 깊은, 산골에
' 달내 ' 라는 이름의, 소녀가,
살았습니다.
함께 사는,
늙으신 아버지는
일찌감치, 아내를 떠나보냈죠.
혹시,
아내가,
그러니까 달내 엄마가,
세상을 영영 떠났냐고요?
아니에요.
장돌뱅이 비단장수,
왕서방과
눈이 맞아
저 멀리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 했습니다.
말더듬이 아비가, 말씀하시길.
아무튼
달내는
그런가,
보다 했죠.
무척이나,
보고 싶은 엄마는,
외간,
남정네와 함께
아빠를,
그리고 달내를 버리고,
그렇게 가셨구나... 했던 거에요.
그런데,
달내가 자라면서부터
아주 무서운
얼굴을 한
귀신이,
나무들 사이로, 희끗희끗 보였습니다.
나물을 캘 때
버섯을 딸 때
나무를 할 때
또는 뒷간을 갈 때면
어김없이
달내를, 쳐다보는,
그
무시무시한, 얼굴.
' 코도 없고,
눈도 없고,
귀도, 입도 없는,
그것은,
영락없는,
달걀귀신 '
그리고 겨울이, 왔습니다.
밖에는,
칼바람이, 씽씽씽.
방 안,
화롯불에는
감자를 올리고,
이제
새벽이면,
남자친구 바우를 따라, 달내는,
아주 멀리,
도망을, 가야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사또에게,
팔려가야 하니까요.
강제로.
네.
달내는,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아비도,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이제 몇 시진 뒤면,
달내는 바우하고 아주아주 먼곳으로,
갈거고,
또 두 번 다시,
아니 죽을때까지,
외동딸을, 못 본다 하니
달내 아비는,
백일을 못 잤어도
천일을 못 잤어도
잠들 수 없는,
그 깊고 깊은 겨울 밤.
갑자기,
' 똑. 똑. 똑 '
아빠.
저 소리는?
뭐.. 뭐.. 뭐가?
다.. 다.. 달내야..
저.. 저.. 저건..
니.. 아.. 아.. 아니다.
' 열어줘. 문 열어줘. '
달걀귀신 !
달걀귀신이 왔나봐, 아빠.
나 무서워.
무서워 죽을거 같아 !
그.. 그.. 그건..
니.. 니.. 아니.. 아니다...
자.. 자.. 어.. 어서.. 자.. 자라.
다.. 다.. 달내야...
바로 그 순간,
문이,
확,
열렸는데
그 문을 달내가, 열었는지
저 문 밖,
칼바람 위를,
작두처럼 탄,
달걀귀신이었을까.
아아,
어떻게,
저,
달걀귀신이,
문을,
열었을까.
무슨 까닭에.
' 달내야 '
아이고 무서워!
달걀귀신이 나를 불러, 아빠!
' 달내야 '
어떻게,귀, 귀, 귀신이 !
' 달내야. '
널,
불러보고
마주보고 싶었단다.
내,
사랑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아.
p.s.
네.
희곡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 작품엔,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빈 곳은, 채웠습니다.
작가는,
소설 ' 광장 '으로 유명한,
최인훈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네.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면,
달내 엄마는
비단장수 왕서방과 도망친 것이
아니었죠.
달내 어릴때,
집에 불이 났는데
급히 딸을 구하려다 그만,
손이 불에 타서,
조막손이 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문둥병에 걸리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함께 살 수 없으니
떠나야 했고
차마,
떠나질 못해서
그토록 사랑하는 딸을
밤낮으로, 지켜봤던 것인데
이미,
문둥병 때문에
달걀귀신처럼,
코도, 입도, 귀도 사라져버린 터라
달내는 그 눈빛에 놀라
먼발치의 그것을,
달걀귀신으로, 본 거에요.
그게,
엄만데.
엄마니까.
그래서
엄마는 달내를
십수년동안, 숨어서 지켜보고,
달내는,
달걀귀신을 보고.
달걀귀신 엄마는,
또 달내를 보고.
이제,
몸상태가 더 이상 가망이 없자,
엄마는,
마지막 용기를 내어,
달내 앞에,
그렇게.
어버이날,
부모님의 그 크신 사랑을 기억하며,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 희곡 이야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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