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저는,
일이 끝나면,
저희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
운동을 합니다.
그 공원은,
서울역 옆에 있는,
서소문 공원, 인데요.
이 공원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유난함이, 형언하기 어려웠습니다.
예의,
공원을 세바퀴 돌고,
런닝운동기구에 올라타,
달리고 있었습니다.
제 앞으로,
두어살 정도의,
아주 예쁜 여자아기가,
아장아장 걷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그 아기의 엄마와,
친정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환히, 웃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 웃음소리 인근에서,
어떤 한스런, 중얼거림이 들려오고 있었죠.
네.
서소문 공원은,
서울역 인근이라,
노숙자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공원 한켠에서,
낮술을 잡수시며,
상대도 없는데,
두고 온 마누라에게 이야기 하는 것인지,
보증 서 준,
친구분에게 이야기 하는 것인지,
홀로 앉아,
허공을 보며,
욕지거리 독백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 순간이,
그랬습니다.
아 그랬는데,
이번엔 그 노숙자 분의 욕설 위로,
어느 스님 한 분께서,
삼보일배 하시며,
염불을 노래처럼,
그걸 게송이라 하나요?
정말,
평화롭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그런 목소리 또한,
공원 한복판에서,
다른 여러 소리들과,
한데 버무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할아버지 한 분께서,
심히 굽은 허리를 이겨내시며,
비틀비틀,
걷고 계셨고,
바로 그,
할아버지가 지나치신 벤치 옆에,
아주 작은,
검은 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전 그 개를,
아마,
열흘 전부터 보아온 것 같았는데요.
늘 그 자리에서,
한 곳을 응시하며,
단 한 번도 짖지 않고,
얌전히,
그렇게 앉아있었죠.
네.
버려진 개로,
추측되는,
유기견 같았습니다...
문득,
그 초현실적인 공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운동하고 있는,
제 모습이,
어떤 부조리로 다가오더니,
제 마음을,
멱살 잡듯,
막 쥐어흔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길로 전,
인근 편의점에 가,
그 검은 개가 좋아할만한,
똘이장군 소시지 두 개를 사서,
그 충성심 하나만으로,
자신의 주인을,
자기를 버린 그 장소에서,
주인이 떠나버린 그 곳을 향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
검은 개에게,
다가갔습니다.
며칠을 굶었는지,
소시지를 던져주는 족족,
단숨에, 먹어버리더군요.
그걸로도 제 마음이 편치 않아,
구청에 전화를 걸어,
유기견 신고를 했는데요.
구청 직원의 답변은,
사정은 딱하지만,
근래,
버려지는 개들이 너무 많아,
그 개를 우선하여 돌보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
그러더군요.
저는,
그 직원에게,
통 사정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 공원을 떠날 때,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 밤에,
아직도 그 공원에서,
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며,
마치 동상처럼,
굳어있을 그 검은 개가,
그,
초현실 같기만 한,
그 공원의 그 검은 개가,
못내,
14년이 지났어도,
제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p.s.
네.
이 글은,
2012년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
맨 마지막 빨간 글씨 두 줄이,
2026년의 제가 쓴 글이고요.
아...
아직도,
그 검은 개가,
제 마음속에서,
장롱속의, 젖은 빨래처럼 ......ㅜㅜ
(추신속의 추신)
‘ 장롱속의 젖은 빨래 ’
이 표현은,
소설가 이청준 선생님께서 쓰신,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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