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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 에세이

그 공원의, 검은 개 (black dog) - [ 바냐 에세이 ]

by 바냐아저씨 2026. 3. 28.

그 공원의, 검은 개 - 바냐아저씨 그림

 

.

 

저는,

 

일이 끝나면,

 

저희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

 

운동을 합니다.

 

 

그 공원은,

 

서울역 옆에 있는,

 

서소문 공원, 인데요.

 

 

이 공원은,

 

참으로 독특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유난함이, 형언하기 어려웠습니다.

 

 

예의,

 

공원을 세바퀴 돌고,

 

런닝운동기구에 올라타,

 

달리고 있었습니다.

 

 

제 앞으로,

 

두어살 정도의,

 

아주 예쁜 여자아기가,

 

아장아장 걷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그 아기의 엄마와,

 

친정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환히, 웃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 웃음소리 인근에서,

 

어떤 한스런, 중얼거림이 들려오고 있었죠.

 

 

.

 

서소문 공원은,

 

서울역 인근이라,

 

노숙자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공원 한켠에서,

 

낮술을 잡수시며,

 

상대도 없는데,

 

두고 온 마누라에게 이야기 하는 것인지,

 

보증 서 준,

 

친구분에게 이야기 하는 것인지,

 

홀로 앉아,

 

허공을 보며,

 

욕지거리 독백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 순간이,

 

그랬습니다.

 

 

아 그랬는데,

 

이번엔 그 노숙자 분의 욕설 위로,

 

어느 스님 한 분께서,

 

삼보일배 하시며,

 

염불을 노래처럼,

 

그걸 게송이라 하나요?

 

정말,

 

평화롭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그런 목소리 또한,

 

공원 한복판에서,

 

다른 여러 소리들과,

 

한데 버무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할아버지 한 분께서,

 

심히 굽은 허리를 이겨내시며,

 

비틀비틀,

 

걷고 계셨고,

 

 

바로 그,

 

할아버지가 지나치신 벤치 옆에,

 

아주 작은,

 

검은 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전 그 개를,

 

아마,

 

열흘 전부터 보아온 것 같았는데요.

 

늘 그 자리에서,

 

한 곳을 응시하며,

 

단 한 번도 짖지 않고,

 

얌전히,

 

그렇게 앉아있었죠.

 

 

.

 

버려진 개로,

 

추측되는,

 

유기견 같았습니다...

 

 

문득,

 

초현실적인 공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운동하고 있는,

 

제 모습이,

 

어떤 부조리로 다가오더니,

 

제 마음을,

 

멱살 잡듯,

 

막 쥐어흔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길로 전,

 

인근 편의점에 가,

 

그 검은 개가 좋아할만한,

 

똘이장군 소시지 두 개를 사서,

 

그 충성심 하나만으로,

 

자신의 주인을,

 

자기를 버린 그 장소에서,

 

주인이 떠나버린 그 곳을 향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

 

검은 개에게,

 

다가갔습니다.

 

 

며칠을 굶었는지,

 

소시지를 던져주는 족족,

 

단숨에, 먹어버리더군요.

 

 

그걸로도 제 마음이 편치 않아,

 

구청에 전화를 걸어,

 

유기견 신고를 했는데요.

 

구청 직원의 답변은,

 

사정은 딱하지만,

 

근래,

 

버려지는 개들이 너무 많아,

 

그 개를 우선하여 돌보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

 

그러더군요.

 

 

저는,

 

그 직원에게,

 

통 사정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 공원을 떠날 때,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 밤에,

 

아직도 그 공원에서,

 

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며,

 

마치 동상처럼,

 

굳어있을 그 검은 개가,

 

,

 

초현실 같기만 한,

 

그 공원의 그 검은 개가,

 

못내,

 

 

14년이 지났어도,

 

제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p.s.

 

.

 

이 글은,

 

2012년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

 

 

맨 마지막 빨간 글씨 두 줄이,

 

2026년의 제가 쓴 글이고요.

 

 

...

 

아직도,

 

그 검은 개가,

 

제 마음속에서,

 

장롱속의, 젖은 빨래처럼 ......ㅜㅜ

 

 

 

 

(추신속의 추신)

 

 

장롱속의 젖은 빨래

 

 

이 표현은,

 

소설가 이청준 선생님께서 쓰신,

 

상징적인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