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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 에세이

' 귀공자(貴公子)류 ' 바둑, 세계 기선전 초대 우승 박정환 - [ 바냐 에세이 ]

by 바냐아저씨 2026. 2. 28.

바둑 프로기사 박정환 9단

 
네.
 
2026년 2월 27일,
 
제1회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우승자가,
 
결정됐습니다.
 
 
주인공은,
 
2006년에 입단한,
 
박정환 9단. (만33세)
 
 
현재,
 
우승 상금이,
 
제일 큰 바둑 대회는,
 
' 응씨배 (應氏杯) ' 인데,
 
상금은 40만 USD (약 5억 8천) 이지만,
 
이 대회는 4년 주기로 열립니다.
 
 
신한은행 세계 기선전 우승 상금은,
 
4억 인데,
 
매년 개최하는 메이저 세계대회에서는,
 
우승 상금이 가장 큰 대회입니다.
 
 
여하튼,
 
박정환 9단은,
 
만 33세의 나이,
 
바둑 기사의 나이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인,
 
왕싱하오 9단을 결승에서 만나,
 
이긴 것입니다. 
 
 
그럼 잠시,
 
왕싱하오 9단의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왕싱하오 9단

 
왕싱하오 9단의 첫인상은,
 
무사(武士) 입니다. 
 
그것도 보통 무사가 아니라,
 
심후한 내공의 무사,
 
이를테면,
 
맹인검객 ' 자토이치 ' 를 닮았습니다.
 
 
허세가 없는 고수로,
 
필요할 때만 칼을 드는 무사인데,
 
그 자토이치에게,
 
한가지,
 
약점 아닌 약점이 있죠.
 
 
그것은,
 
민중적인 검객이기에,
 
귀공자(貴公子)와는,
 
웬만해서는, 싸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 싸우기 위해 싸우는 무사 ' 가 아니라,
 
' 상대에 따라,
 
싸움의 의지가 달라지는 무사 ',

 

스타일 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미 8강에서,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이기고,
 
결승까지 올랐습니다만,
 
확실히,
 
신진서 9단 보다는,
 
기력이 예전 같지 않은 박정환 9단에게,
 
패하게 된 것인데,
 
그 이유는 바로,
 
박정환의,
 
' 귀공자류 ', 때문입니다.
 
 

박정환 9단

 
네.
 
박정환 9단의 외모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귀공자풍입니다.
 
 
하얀 피부에,
 
눈매와 인광이,
 
남을 압도하지 않고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이를테면,
 
' 우아함이 풍겨 나오는 인물 ' 입니다.
 
 
또 그는,
 
상대를 이기고 있어도 흥분하지 않고,
 
지고 있어도,
 
분노하거나 자책을 심하게 하지 않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바둑을 승부가 아닌,
 
풍류(風流)로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바둑 내용도,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있어서,
 
평소 그는,
 
무리하는 바둑을 두지 않으며,
 
상대를 몰아붙이기보다,
 
길을 닫아가는 방식으로 수순을 정리하며,
 
칼을 휘두르지 않는 스타일로,
 
승부를 보는 기풍입니다.
 
 
또 인터뷰 때마다,
 
' 운이 좋았다. '
 
' 상대가 잘 두었다. '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은,
 
그의 승부에 대한,
 
본질적 자세를 말해줍니다.
 
 
살의가 아닌, 예의.
 
 
네.
 
때문에,
 
자기처럼 최고수를 만나면,
 
날카롭게 칼을 휘두르던 왕싱하오 9단은,
 
실제로 대국 중,
 
상대방의 얼굴을 자주 쳐다보는 습관과,
 
또 그로인해,
 
박정환 9단의 얼굴을 볼 때마다,
 
' 귀공자 ' 의 느낌을 받게 되고,
 
이는,
 
치열한 승부욕의 저하로 이어지며,
 
뜻하지 않게,
 
결승 3국에서는,
 
너무나 쉬운 수를 놓치는,
 
어이없는 실착을 하게 됩니다.
 
 

세계 기선전 결승 3국 기보

 
그 수가,
 
바로 흑의 73 수인데,
 
저 수로는,
 
백의 54를 단수치고,
 
쭉 나가서,
 
백의 날일자 연결을 끊었으면,
 
백은 무려 4개의 곤마가 발생하는데,
 
그리되면,
 
바둑의 신이 와도,
 
백이 승부를 뒤집기는,
 
정말 어렵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바둑 결승,
 
 
박정환 vs 왕싱하오
 
 
이 둘의 결승전은,
 
가까이서 보면 한중전이지만,
 
좀 더 멀리서,
 
그들의 전생과 격을 관조하며 바라보면,
 
 
맹인검객 자토이치가,
 
차마,
 
귀공자를 베지 못하고,
 
승부를 외면한, 한판이라 보여집니다.
 
 
어쨌거나,
 
그조차,
 
박정환 9단의,
 
 
귀공자류의 힘이겠습니다.
 
 
 

귀공자 박정환 vs 자토이치 왕싱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