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못생기고 헐벗은 외계인 E.T. 명색이 외계인인데, 왜?

by 바냐아저씨 2025. 4. 8.

E.T. 포스터


못생기고 헐벗은 외계인, 왜 우리 마음을 울렸을까?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 the Extra-Terrestrial은 SF와 휴먼 드라마를 결합한 걸작으로 세계 영화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외계인의 모습이다.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며 교감하는 존재이지만, 외형은 못생기고 원시적이며 성별도 불분명하다.

이 특이한 외계인의 모습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리고 왜 그렇게 설정했을까?

1. 외계인의 기원 : 못생기고 성별 없는 존재의 의미

E.T.의 외모는 당시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엎는다.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무시무시한 무기나 갑옷도 없다. 오히려 주름진 피부, 큰 눈, 짧은 팔다리, 털도 옷도 없이 헐벗은 모습이다.

이러한 디자인에는 철저한 의도가 있다. 스필버그는 "가장 못생겼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은 종종 낯설고 괴상한 것을 경계하지만, 동시에 감정과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대상에게 마음을 열기도 한다.

디자이너 카를로 람발디는 E.T.의 얼굴을 노벨문학상 수상자 칼 샌드버그,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불도그의 특징을 조합해 만들었다.

그 결과, 못생겼지만, 묘하게도 친근한 외계인이 탄생했다.

생식기가 없는 것 역시 인간의 이성적 판단이나 성적 관점을 배제하고,
완전히 '중립적인' 존재로 E.T.를 바라보게 하기 위함이다.
성별이 없고, 아이처럼 순수한 그는 인간과의 '무조건적인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E.T.는 단지 다른 행성에서 온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린 시절과 상처, 순수함을 상징하는 존재다.

외형은 낯설지만, 감정은 너무도 인간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된다.

2. 줄거리 : 우주에서 온 친구와 지구 소년의 우정

' E.T. '의 이야기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우연히 남겨지고, 한 소년 엘리엇과 우정을 나누게 되면서 시작된다.

어느 날 밤, 숲에서 낯선 생명체를 발견한 엘리엇은 그를 몰래 집으로 데려오고, ‘E.T.’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감정으로 소통하며 둘은 진한 유대감을 쌓는다.

E.T.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엘리엇과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기쁨, 아픔을 함께 느낀다. 하지만 정부 기관은 E.T.를 외계 생명체로 규정하고 실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결국 엘리엇과 형, 친구들은 E.T.를 그의 우주선이 도착하는 장소로 데려가기 위해 도망치고, 그 유명한 자전거가 하늘을 나는 장면이 펼쳐진다.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E.T.는 엘리엇에게 “I’ll be right here.”(“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떠난다.
이 장면은 수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SF가 아닌,
성장과 이별, 순수한 우정에 대한 서사로서 전 세계적으로 감동을 일으켰다.

3. 흥행의 제왕, 그리고 문화적 충격

' E.T. '는 흥행 면에서도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개봉 첫 해인 1982년,
전 세계에서 약 7억 9천만 달러(당시 기준)의 수익을 올리며 타이타닉 이전까지 역대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다.

미국 내에서는 1983년까지 약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그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비평적으로도 대성공이었다.
로튼토마토 99%, 메타크리틱 91점이라는 놀라운 지표를 기록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음악상, 음향효과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 파급력도 어마어마했다.

E.T. 인형은 수백만 개가 팔렸고,
“E.T. Phone Home”이라는 대사는
전 세계 유행어가 되었으며,
스필버그는 이 작품 하나로
'감성을 가진 블록버스터'의 창시자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들과 외계인의 우정을 다룬 이후의 작품들— 아이언 자이언트, 스트레인저 씽즈, 슈퍼 8 —등은 모두 'E.T.'의 후계자라 할 수 있다.

' E.T. '는 한 외계인의 헐벗고 못생긴 외형 뒤에 숨겨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와 다른 존재와도 사랑하고, 교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많은 이들은 여전히 연민의 눈물로 대답하고 있다.